앞서 언급했지만 중국 역사에서 지금까지 의학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내경』을 연구하지 않고 의사가 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의사들만 『내경』을 연구한 것은 아니다. 문자 방면, 훈고 방면, 음운, 서지학 등 비의학적 방면에서의 연구 또한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방대해서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래로 한의학을 폐지하여 지금까지 공식적인 한의과대학도 없는 실정이지만 1950년 이전까지 출판된 연구서적만 해도 지금의 중국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50권 이상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우리 나라에는 제대로 된 연구서적이 역사상 단 한 권도 없다. 현재 제대로 된 수준의 번역서조차 나오지 못한 상태이다.
『황제내경』을 떠나서는 한의학이란 학문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황제내경』이 아무리 높고 험준한 태산이라 할지라도 한의학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이 넘어야 할 산이다. 뿌리가 없는 나무에 아무리 좋은 거름과 물을 주어도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황제내경』이야말로 한의학의 뿌리이다. 하루 속히 너와 나를 구별하지 말고 한의학계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합심하여 이 기본 뿌리를 정립하는 데 온 힘을 다 쏟아야 할 것이다.